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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울 수 없는 것, 채워져 있는 것.
이 둘의 공통점은 삶을 살아가며 그렇게도 채워가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채울 수 없는 것을 채우기 위해, 채워져 있는 것을 또 채우기 위해.
어쩌면 그 둘에 대한 공허함을 부수어 나가는 것이 삶의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녹내장으로 인해 매일 안약을 넣으며 평생을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됐음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성기에 대한 열망은 이미 무너졌을지도 모를 가녀린 몸뚱아리 하나에 담아놓고 개척을 꿈꾼다.
사랑하는 이에게 그다지도 닭살스러운 시한편을 바칠 수 있을 만큼 낭만적이지만 가족이라는 현실의 굴레에서 시작되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부단히도 도망치는 해군출신의 강한 남자.
그런 그에게 자신을 기꺼이 무너뜨릴 수 있고 그 사랑에 온 마음을 던져낼 수 있는 감성적인 약한 여자.
행복을 꿈꿀 뿐인 그녀는 타락해 가는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사실 몇번이고 마주쳤던 자신의 모습을 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내면을 잠식하고 있는 고독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주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은 술과 담배, 대마초로 물든 타락의 모습에 심취함과 교환된다.
사랑을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의식일 뿐이고 그 사랑의 몸짓은 자의식의 충돌일 뿐이었다.
춤을 추는 것도 마찬가지, 의존에서 벗어나 공간의 기운을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을 더 밝게 빛낼 춤사위에 대한 정의일지라.
그 여정은 쓰디쓴 독약과 같지만 결국에야 찾아낸 삶의 행복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것이었다.
우리를 벗어났던 나의 진정한 행복, 내일 다시 시작될 나날들은 어떤 모습일까?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상처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많은 나이에 하기 힘들 과감한 노출과 수위의 연기를 초연히도 보여준 폴리나 가르시아에게 베를린 영화제는 여우주연상으로 보답해주었다.
그녀의 연기는 한 마디로 굉장했다.
단순히 어려운 결정을 한 노년의 여배우게 내린 표창장이 아니었다.
작은 손짓 하나 부터 폭발하는 감정의 내적 감정선 하나하나까지 비단결같은 섬세한 연기를 펼쳐주었다.
부서진 영혼이 공작의 펼쳐진 날개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BEST.
이토록 멋진 엔딩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영화를 볼 때 보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을 보며 울게 만드는 영화.
하지만 슬픔이 아닌 묘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로 울게 만드는 영화였다.
<umberto tozzi - gloria>
폴리나 가르시아..
이 영화가 끝나고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tom jobim & elis regina - aguas de ma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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